HOME >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매사냥'은 '매사냥'이 아니다?
   
권재명      2018.11.01 13:12      908   
의견진술서

수신 문화재청장

참조 무형문화재과장, 무형문화재분과위원장

진술인 권재명
경상남도 남해군 남해읍 남해대로 2800-11
남해제일고등학교 교사. 국어
한국전통매사냥보전회(회장 박용순. 대전광역시 제8호) 이수자 제9호
설천매사냥보전회 지도위원(추후 ‘남해매놓기보전회’로 개명 예정)
* 일부 개인정보 삭제

진술 취지
현재 국가문화재 지정을 심의하고 있는 ‘매사냥’의 명칭을 ‘매놓기’로 할 것을 청원합니다.

진술 이유
‘매사냥’은 전통적 명칭이 아니며, 조어 방법이나 현 시기의 동물 보호 운동 관점 등에서 흠이 있어 첨부 에세이를 자료로 제출합니다.
참고로, 첨부 자료는 진술인이 출판 준비 중인 졸고 ‘남해 매놓기 풍속 발굴 보고 - 주갈치를 찾아서’의 들머리 첫 부분을 인용한 내용이고, ‘주갈치’는 수할치의 남해 방언입니다. 또 진술인은 2016년 6월 귀청의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및 인정조사 대상 종목 조사(안건번호 무형 2017-06-002) 당시 이승수 교수(중앙대학교)께 남해군 설천면 지역 자료를 제출한 바 있습니다.

첨부; ‘매사냥’은 ‘매사냥’이 아니다. 1부. 끝.

============================================

<첨부 자료>
‘매사냥’은 ‘매사냥’이 아니다

매놓기의 정의와 용어
매를 놓는다는 것은 주로 야생 참매를 생포하여 훈련시켜서 꿩 ․ 토끼 등을 사냥하고, 이를 관리·사역하고 계절이 끝나 야생으로 되돌려 보내거나 완상하며 묵히기까지 진행하는 여러 가지 활동을 말한다.

‘매사냥’의 출현
세간에는 ‘매사냥’이란 말을 많이 쓴다. 민속에 관한 여러 서책에서도 매를 이용하여 사냥하는 풍속을 ‘매사냥’이라 한다고 말해왔다.
‘매사냥’이라는 단어는 1900년대 전후에 나타난 당대의 신조어이다. 외세가 침탈하고, 개항 후 국권이 위태로워지는 시기를 거쳐 일제강점기에 들어가던 무렵에 ‘매사냥’이란 말이 나타났다. 이 시기에 국가의식, 독립정신 등이 고조되고, 계몽운동으로 나라를 구하자는 운동이 일어나던 가운데 국어나 국자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그림 작품이나 신문 등에 한글로 ‘매사냥’이라고 적은 기록이 많이 나타난다.
그러나 하필 이 단어는 일본어 ‘鷹狩り[takagari]’에 우리 말 ‘매’와 ‘사냥’을 대입해 넣은 왜색어에 불과하였다. 당대의 애국적인 ‘신지식인’ 문인들이 실제 ‘매사냥’을 하는 민중의 언어를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의도와 달리 만든 것이다. ‘수할치’, ‘시치미’, ‘송골’, ‘버렁이’ 따위 다른 용어들은 현장 채록하여 잘 기록하였으면서 이 풍속 전체를 싸잡아 말하는 단어가 ‘매 놓는다’ 하는 동사로만 통용되니까 명사를 찾다가 새로운 단어를 만든 것이다. 심지어 ‘매부리’, ‘매잡이’ 같은 말도 출몰하였다.
‘매사냥’이 한반도 사람들에게 널리 통용되는 단어로 자리잡은 것은 조선총독부가 ‘매사냥’을 1종 수렵면허 대상으로 지정하고 법적 제도적인 행정용어로 쓰면서 더욱 굳어졌다. 사냥하는 여러 가지 방법 중 특히 매를 이용하는 방식을 다른 수렵 방식과 구분하여 1종 수렵면허로 지정하기 위해 일본에서 수입한 말이다. 그래서 펜을 잡고 일을 하는 공무원이나 문인, 기자 들은 ‘매사냥’이라는 말을 주류 언어로 쓰게 된 반면, 무지렁이 진짜 수할치 들은 이 단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훗날 표준어가 제정되면서 글공부 많이 한 서울 사람들이 쓰는 말이면 옳은 말이고, 가방끈 짧은 촌놈 말이면 다 야비한 말이라면서 사투리 안 쓰기 운동까지 일어나면서 ‘매놓기’는 세상에 있는지도 모른 채 ‘매사냥’이 주인이 된 것이다.
‘매사냥’의 뿌리가 될 기록을 찾으려고 보면, 조선시대까지 대부분 기록이 한문인데 한자말 가운데 ‘鷹狩(응수)’는 찾을 수가 없다. ‘鷹獵(응렵)’을 상정해 보아도 한문 글 속에 가끔 ‘放鷹獵雉’로 표현된 기록이 보일 뿐이다. 그밖에 ‘使鷹’, ‘領鷹’ 따위로 적혀 있어 ‘매사냥’으로 직역되는 글은 ‘국산’ 한문 전적에는 없다.

왜 ‘매놓기’인가
이제 시선을 돌려 ‘매놓기’라는 단어의 뿌리를 찾아보자. 조선시대 한글로 쓴 시조 작품에 매놓기를 소재로 한 작품이 많이 있으나 이 중에는 ‘매사냥’이나 ‘매놓기’나 직접 대고 일컬은 표현은 없다.
실록을 비롯한 여러 한문 전적에 ‘放鷹’(방응)이라고 쓴 기록은 무수하다. 한글로 된 기록으로는 유일하게 역어류해(譯語類解)에 ‘방응’을 ‘매놋타’라고 풀이한 것이 있다. 조선의 역관을 양성하기 위한 책으로 몽어류해, 왜어류해도 있고 이 책들도 한자어와 한글 단어를 대비하여 적었으나 '매놓기'나 '매사냥'에 해당하는 단어는 적혀 있지 않다.
‘매놓기’를 속담에서도 찾을 수 있다. ‘떼 꿩에 매 놓기’라고 하면 꿩이 떼를 지어 많이 있으니 매는 그 중 아무 거나 붙잡든지 한꺼번에 여러 마리를 잡을 수 있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의미는 그 반대다. 욕심을 많이 부려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함을 이르는 말이다. 자연의 약자는 무리를 지어 천적에 대항한다.
‘청산에 매 놓기’도 있다. 한번 자기 손에서 떠나갔으면 두 번 다시 돌아오기 힘들다는 말이다. 청산이면 봄이 깊어 녹음이 우거진 산이다. 녹음이 우거지면 숲에 앉은 매를 찾기가 어렵다. 더욱이 녹음이 짙은 계절은 온갖 동물이 새끼를 치는 시기라 매도 짝을 찾아 달아나 버린다. 날씨가 따뜻하니 먹는 일에 집착하지도 않고 먹을 것이 지천이므로 매를 회수하기 매우 어렵다. 그러니 따뜻한 계절이 되면 매는 자연에 되돌려 보낼 목적이 아닌 사냥 목적으로는 줄 풀어 날리지 않는다. ‘매 놓기’라는 말이 쓰이는 속담 두 개를 예로 들어 보았다.

매를 자유로이 날려놓고 수렵이나 놀이를 하려면 매와 사람이 서로 믿어야 한다. 매에게 사람이 두렵거나 귀찮은 기억이 있으면 줄을 풀어 날릴 수가 없다. 이런 기술적 측면에서나 동물을 대하는 사람의 태도 면에서나 매를 단순히 사냥에만 이용했다고 본다면 이는 사실도 아닐 뿐더러 이 관점으로는 건전한 문화로 보기도 어렵다. 지금은 단순히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할 목적이라면 전화 한 통 하면 온갖 맛을 낸 튀김 닭을 안방까지 바로 갖다 준다. 지금 세상에 굳이 야생동물을 포획해서 먹겠다면 매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손쉬운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매를 이용하는 수렵술은 가장 비효율적이고 까다로운 방식이다.
2000년대에 이르러 야생동물이나 가축에 대하여 동물 보호와 복지의식이 크게 높아졌다. 예로부터도 우리 조상들은 야생동물을 포획하는 일을 산신령에 고사를 지내며 조심히 했다. 야생 참매를 붙들어 야생의 꿩, 토끼 등을 포획하는 것만을 강조하여 ‘매사냥’이라는 용어를 고집한다면 국내외의 폭넓은 호응을 받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매는 동네 사람들이 어울러서 산야를 열심히 싸다니며 꿩 몇 마리를 잡아 동네 벗들과 별식으로 즐기는 것까지는 좋게 볼 수 있지만, 우리가 예로부터 가축이나 야생동물을 함부로 죽이는 일을 착하게 보지는 않는다.

매를 데리고 시연회 등 공개행사를 열면 영혼이 순박한 어린이 들은 “매를 잡아서 뭐해요?” 묻기도 한다. ‘사냥’이라는 말 앞에 동물 이름을 붙이면 그 동물이 사냥 대상을 뜻하게 된다. 토끼 사냥, 노루 사냥, 까투리 사냥 ……. 우리말 조어 관습상으로 ‘매사냥’은 오해를 받기 십상이다.

세계를 향한 문화교류 측면으로 보더라도, ‘매사냥’을 영어로 직역하면 ‘Hawk Hunting’이나 ‘Hawking’이 되는데, 세계매사냥협회(IAF)나 영어권 나라 들은 이 말을 기피한다. 영어로는 ‘Falconery’를 주로 쓴다. 이는 사람과 매가 신뢰하고 교감하여 매를 날리는 야외 활동에 비중을 두고 인식하는 용어이다.
UNESCO 공인 세계매놓기협회(IAF)는 총회에서 회 명칭을 ‘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Falconry’에서 ‘- and Conservation of Birds of Prey’를 덧붙이기로 개정했다. 이 결정은 맹금류를 이용하는 일 뿐 아니라 보호하는 일에도 적극 나서야 된다는, 우리의 인식과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의미가 있다. 우리의 전통으로는 훨씬 오래 전부터 매를 보호 차원을 넘어 동반자요, 벗이요, 신분의 상징이요, 영물로까지 여겨왔다. 이 점으로 미루어 보면 매를 단순히 사냥 도구로 여기고 야생동물을 사냥 대상으로 취급한 ‘매사냥’은 역사적 사실로 보나 관습과 품격으로 보나 적당하지 않다.
조선시대까지의 여러 도화자료나 기록을 보더라도 ‘매사냥’은 안 맞고 ‘매놓기’가 맞다.

남해에서도 예전에 매를 다루던 ‘원조’ 노인들은 ‘매사냥’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으며, 필자가 ‘매사냥’이라는 말을 쓰면 잠깐 멀뚱하다가 ‘이 사람은 그런 걸 ’매사냥‘이라 하는구나.’ 하고 알아채는 식이었다. 다른 지방의 기록을 보아도 ‘매사냥’은 기록자가 예단을 가지고 쓴 용어이지 현지 토박이 수할치의 말을 채록한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20호 매사냥 기능보유자 진안의 박정오 옹도 애초 스스로 ‘매사냥’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다.

본고에서는 지금까지 살펴본 여러 가지 이유와 함께 무엇보다 남해 노인들이 ‘매사냥’이라는 단어를 스스로 쓰지 않더라는 이유를 바탕으로 세간의 ‘매사냥’이라는 용어를 버리고 ‘매놓기’라고 한다.


권재명 김기민 회원에게서 소중하고 탁월한 조언을 받아 여기에 요약 소개합니다.
'매사냥'은 첫째 매가 사냥 당하는 대상물로 오인되는 일이 있어 발전에 저해되어 왔다.둘째 '사냥'은 사람과 매가 함께 하는 공동 행동을 포괄하는 의미가 아니라 '사냥'하는 일에 한정되어 의미를 협소하게 가둔다.
셋째 '죽임'의 부정적 의미와 인상이 편견을 낳고 거부감을 주어 현대적 가치와 상충되는 요소가 있다.(실제 비판적인 동물보호 운동가나 기자에게 견제 받은 경험도 있지요.)

위 지적은 제출본을 마무리할 때 소중히 반영하겠습니다.
18.11.02
작성자명
비밀번호

Total:725 page:(46/2)
709 정보 곽윤형 2.17일 초급교육4일차 22.02.19 131
708 정보 곽윤형 2.16일 초급교육3일차 22.02.19 121
707 정보 곽윤형 2.15일 초급교육2일차 22.02.18 162
706 정보 곽윤형 2.14일 초급교육1일차 [1] 22.02.18 195
705 정보 곽윤형 박용순응사님과 면담-초급교육생 곽윤형입니다. [3] 22.02.12 321
704 정보 윤구석 시치미 새로달기 [1] 22.01.06 158
703 정보 강여울 대전문화재단의 공식 블로그에 업로드된 18회 시.. 21.12.30 109
702 정보 윤구석 매의 먹이선정에 관하여... 21.12.12 270
701 정보 이한수 안녕하세요 인사드립니다 [4] 21.11.16 244
700 정보 강여울 [진안] 2021한국민속매사냥 보존회 공개 시연회 21.11.13 161
699 정보 문정호 교육 [1] 20.02.19 692
698 정보 황대인 南海지역 매사냥 발굴보고서 ‘주갈치를 찾아서(.. [2] 19.10.06 953
697 정보 김지혜 매사냥 사진 전시회 19.04.30 504
696 정보 김지혜 2019 제16회 한국전통매사냥공개시연회 19.01.22 368
695 정보 김지혜 한국전통매사냥보전회 회칙(4차개정) 18.11.26 409
694 정보 권재명 '매사냥'은 '매사냥'이 아니다? [1] 18.11.01 908
[1] [2] [3] [4] [5] [6] [7] [8] [9] [10] [▶] [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