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면서 동시에 우리 속뜰을 뒤돌아보게 하는 계절이다.

지금으로부터 십여년전 나는 매사냥 전승을 위해 고심하고 있었다.
어느날 미국에서 매사냥 수업을 한 재미교포 박규섭씨가 나를 찾아왔다.
그도 한국의 전통 매사냥이 단절위기에 처한 사실을 알고 안타까워 하면서 본인이 도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했다.
그 때 당시 매사냥에 고심하던 나에게 어느 누구도 관심을 보여주지 않던 터라 이런 뜻이 있는 분이 있다는 사실에 고마워했고 나에겐 하나의 후원자가 생긴 셈이었다.
그와 매에관한 이야기를 하던 중, 그는 맹금류에 깊은 연구를 하고 계신분이 있다며 그분을 소개하여 주었다. 바로 한국교원대학교의 김수일 교수다.
그 뒤 나는 김교수를 만나 맹금류 및 매사냥 보전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도 본인이 할 수 있는한 도와주겠다고 했다. 그분은 이론뿐만이 아니라 실무에도 밝은 분이었다. 내가 찾아갈 때마다 항상 김교수는 연구에 매진하고 있었으며 그의 연구실에는 예쁜 꼬까참새 한쌍이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는 시간날 때마다 무인도 및 우리나라 땅끝 해남까지 현장조사, 탐사를 다녔으며 저어새 연구와 황새 복원연구에 매진하여 번식에 어렵다던 황새의 자연번식을 성공시킨 장본인이기도 했다.
그의 실력을 인정한 관계기관인 문화재청과 환경부로부터 그는 전문위원으로 위촉을 받았으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의 매사냥문화보전과 맹금류 보존증식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나의 간절한 뜻을 안 그는 매사냥을 대전시 문화재 지정 추천까지 할 정도로 많은 도움을 주기도 했다.
그 뒤에 서로 하는일이 바빠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안부전화는 계속 했었는데 얼마전 학술조사차 모교수와 연평도 근해 섬을 가던중 김수일교수가 작고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말문이 막혀 한동한 멍했다. 믿기지 않았지만 사실이었다. 그제서야 알았지만 그는 평소 고혈압이 조금 있었고 생활하는데는 지장이 없었지만 그가 추구했던 많은 연구등에 스트레스를 받아 악화된것 같다. 그런데도 나에겐 어려운 사정을 일체 내색하지 않았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한참 일할 나이인 오십대 중반인데 벌써 데려가시다니...
우리네 인생이 언젠가는 가게되는것이 이치이지만 너무 빨리갔다. 할일도 많이 남아있는데...
생각있는 조류학자, 그를 아끼는 동료교수들도 하나같이 애도와 아쉬움을 표했다. 이땅의 참다운 조류학자 김수일 교수의 육신은 떠났으나 그가 평소 추구하던 정신과 그의 유작 조류도감은 후학들에게 전해져 영원히 살아있을 것이다.

이 시대에 말없이 행동으로 실천하다간 한 조류학자, 아니 인간 김수일이 이 가을에 생각이나 적어보았다. 평소 동물을 아끼고 사랑했던 그의 글 한 수를 소개하면서 이 글을 마칠까한다.

※ 조선일보 기고내용 자료마당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