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진이는 떠났습니다. 이제 수진이의 모습을 영영 볼 수가 없습니다.
나와 수진이와의 인연은 5년 전 입니다.
충남 금산군 진산면 야산에서 처음 수진이를 받아 지금까지 같이 했으니 참 오래도 있어주었습니다.
처음 받았을 당시는 보라도 아니고 재진이(3년차)라 큰 기대도 안했는데 체격도 좋고 성품(근성)도 좋아 포획 후 이틀 후 부터 뜸밥(짧은거리에서 손으로와 먹이를 먹는 것)을 먹어 참 기특했으며 잘 따라 주었습니다.
통상의 야생매는 포획 후 5~6일차에 처음 뜸밥을 먹는것에 비하면 수진이는 사냥매로의 성품이 좋은 매라는 것을 직감으로 알았습니다. 그 후 한달만에 모든 훈련을 마치고 본격적인 활동을 했으며 지금까지 우리 매사냥을 알리는데 일등공신 역활을 해왔습니다. 작년부터 나는 수진이를 자연으로 돌려보내려고 작정을 했지만 수진이의 뒤를 이을만한 마땅한 재목(매)이 없어 차일피일 미루다가 마음을 독하게 먹고 이제는 보내야겠다싶어 오늘 11시 처음 받아온 진산면 야산에 돌려보냈습니다.
그동안 정든것을 생각한다면 섭섭한것도 있겠지만 원래 있던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매사냥의 순리입니다.

보내고나서 그동안 너무 오랫동안 데리고 있지 않았나 반성도 해보고 좀더 좋고 맛있는 먹이를 양껏 먹이지 못한것도 미안하다.
이제 어느놈이 수진이의 뒤를 잇게 될지 모르지만 어느정도 역활을 수행했다면 정들기전에 미련없이 보내야겠다.
정들면 헤어지기 섭섭하니까...
하여튼 수진이는 나에겐 좋은 매였고 동반자였고 친구였다.
이젠 자유의 몸이 되었으니 좋은짝만나 새끼 많이 낳고 행복하여라 수진이 너는 사냥매로의 역할을 충분히 했고 우리 매사냥을 알리는데도 큰 공을 세웠다.
너는 나에게 많은것을 느끼게 해주었고 행복을 주었는데 나는 너에게 해준것이 별로 없구나 미안하다 수진아 못난 아빠를 용서해다오.

우리 매사냥 동호인들도 수진이(예명 창)가 좋은 매였고 훌륭한 매였다라는것을 기억해주기 바라며 허전한 마음을 달래며 몇자 적어보았습니다.

잘가라 수진아.